예전부터 꿈이 있었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아름다운 일출, 일몰의 모습을 찍어 사진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굳이 계획이라고 표현해도 될 법한데 꿈이라고 한 것은
오랫동안 생각만 하고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죠...
일출은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몰에 먼저 도전하려던 찰나에 해도 바뀌었고 해서
그간 미뤄왔던 일을 어느 날 갑자기 실행에 옮기기로 했는데 그게 오늘이네요
그렇게 집을 나서서 근처 가까운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원래 겨울산의 눈 덮힌 모습과 푸른 하늘, 주황빛 노을에 감싸여진 해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담고 싶었는데 날씨가 안 도와주네요
며칠 전만 해도 한파가 몰아치고 눈도 제법 쌓였었는데
오늘 날씨가 풀리며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더니 등산 가는 길에 눈이 다 녹았더군요
타이밍 참ㅡㅡ
산으로 가는 첫걸음부터 힘이 빠집니다
칠보산 코스는 8개로 이루어져 있네요
아마 매송면에서 올라가는 코스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겁니다
저는 용화사(2번 코스)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해서 칠보약수터에서 끝을 맺는 코스로 등산을 했는데요
거리는 5km쯤 되는 것 같았어요
저는 동네 뒷산이라고 생각해서 가방이나 물, 간식거리 등은 챙기지 않고 랜턴 하나 챙겨서 갔습니다
예상 거리, 예상시간 이런 거 생각하지도 않고 즉흥적인 무계획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단지 산에서 일몰을 보고 싶다는 생각만을 갖고요
등산로 입구(용화사)
오른쪽 길로 가면 용화사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등산로입니다
정상까지 1.3km네요
거리가 짧아서 초보등산러나 부담 없이 등산하시고 싶은 분들은
칠보산에 오셔서 등산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이곳에서부터 등산 시작했고요
시간은 5시 10분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
노래 / 정인, 윤종신
이런 게 원래 있었나?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산림생태복원?
혹시나 산불 난적이 있나 하고 검색해보니 이런 게 있더라고요
https://view.asiae.co.kr/article/2020102611144598619
복원한 때는 2013년이고 기사는 2020년에 쓴 기사이니 13년도 이전부터 계속 문제가 되고 있나 봅니다
기사 내용 수도권 유일의 산층 습지를 갖고 있는 칠보산이 관리 소홀, 개발, 남획 등으로
급속하게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내용이네요
얼마 가지 않았는데 정상까지 700m 남았네요
해품나무?
오늘 날씨가 따듯해서 인지 미세먼지 '나쁨'이었나 봅니다
하늘이 약간 뿌옇네요
제2 전망대
제2전망대입니다
이곳에서는 화성 방면의 풍경을 볼 수가 있습니다
매송면의 모습입니다
어천저수지가 보이네요
멀리서 봐도 저수지가 얼어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노을이 가로로 짙게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잘 올라왔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망데크
전망데크입니다
이곳에서는 금곡동과 호매실동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헬기장
헬기장입니다
이곳만 지나면 곧 칠보산 정상입니다
여기 근처에 군부대가 있어서 드론이나 무인기를 금지 하나 봅니다
등산하다가 군인들이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구호를 넣는 소리도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저녁 구보를 하고 있었나 봐요
화성 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는데 그쪽으로 가면 군부대 철조망이 나오고
철조망 따라 내려가면 주택가가 나옵니다
칠보산 정상
칠보산 정상 도착!!
용화사에서 정상까지 40분 걸렸습니다
정상에서의 시간은 5시 50분이었습니다
칠보산의 유래...
원래 팔보산이었는데 그중 하나였던 황금 수탉이 죽어 칠보산이 되었다는군요
그러면 지금은 맷돌, 호랑이, 힘이 센 장사, 금은 없으니 삼보산 정도 되겠군요
저 8개의 보물 중에 호랑이 있는 걸 보니
왠지 칠보산의 산군으로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과 백 년 전 만해도 호랑이가 존재했었을 산이 현재는 동네 뒷산이 되어 있다니
...
...
정말 다행입니다
칠보산 약수터까지 4.1km나 남았습니다
1.3km 오는데 40분 걸렸으니까
4.1km는 단순 계산으로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는 건데...
걱정이 시작됐습니다
서둘러 내려가 봅니다
사진이 밝게 나왔는데 실제 밝기는 좀 더 어두웠고
빠르게 해가 저무는 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정상까지는 마주치는 사람이 간혹 있었는데
이다음부터는 하산할 때까지 한 명도 마주치는 일이 없었습니다
들어가지 말라뇨...
한참을 걸어왔는데요ㅠ
갑자기 마주한 갈랫길
잘 있던 표지판도 없고 당황했었어요
본능적으로 오른쪽 길은 또 다른 등산로겠거니 하고 왼쪽으로 갔습니다
리기다소나무...
이름만 보면 일본에서 왔을 것 같은데 북미에서 왔다는군요
1930년대에 황폐지복구사업으로 성장이 빠른 리기다를 심었다는 건데
1930년대에 무슨 일이 있던 거니
이제 짙던 노을도 점차 사라지고 야간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어둠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저의 긴장감도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절반도 못 왔네요
절반도 못 왔는데 짙은 어둠이 깔렸습니다
집에 갈 수 있는 겁니까ㅠ
절반도 못 왔다는 걸 숫자로도 확인이 되었습니다
차츰 어둠이 깔리니 본능적으로 잠재되어 있던 감각이 예민해지기 시작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대자연의 웅장한 기에 눌려 시각과 청각이 곤두섭니다
어느 순간 소름이 발끝부터 머리까지 돋으며 두려워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철새들이 이동하며 자기 내들끼리 주고받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낮에 들었으면 별생각 없었을 것을 어두워졌다고 두려워할 필요 없는 것이다라며 되뇌며
한 발짝씩 부지런히 내딛습니다
수많은 계단을 보며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그때
오른쪽에서 마른 나뭇잎을 거칠게 내딛는 소리가 나 또 한 번 화들짝 놀랍니다
고라니 한 마리가 궁뎅이를 실룩거리며 요란을 피우고 있네요
크게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저 놈도 나 때문에 놀랐으리라
오히려 목소리 안 내줘서 고맙다
음... 아직 꽤 남았네요
개림사 갈림길
무학사 갈림길
칠보산에는 절이 참 많네요
현존하는 칠보산의 보물
용화사, 개림사, 무학사
보물을 가진 바위
보물을 가진 바위...
바위 안 보물을 탐낸 석공이 벼락 맞아 죽었다네요
아까 황금 수탉을 탐낸 도둑들도 벼락 맞을 뻔하더니...
칠보산의 교훈은 "나쁜 놈은 벼락 맞는다"
맨발로 걷는 길?
궁금합니다
이거 만든 사람은 몇 번이나 맨발로 걸었을까?
칠흑 같은 어둠이네요
오히려 이 때는 몸이 적응했는지 차분해졌습니다
평소에 내가 했던 일들, 아쉬웠던 일들, 앞으로 해야 할 일들 등등
생각하며 걸어 나갔습니다
"인간은 너무 많은 걸 상상하기에 두려움을 느낀다"
저도 군인 시절에 강원도 인제로 파견근무를 나가 이런 초소에서 2개월간 경비를 섰던 때가 있었습니다
위치도 산속에 있었던 게 그때와 아주 비슷해서 잠시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하산을 했습니다
군인들은 산속에서도 빛을 내는 물건을 사용하면 적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랜턴 사용이 금지되고
대신 달빛에 의존해서 산길을 걸었던 기억이 나네요
드디어 빛이 보입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ㅠ
칠보산 약수터
도착시간은 7시
정상에서 약수터까지 4.1km인데 1시간 만에 왔네요
도중에 사진도 찍고 그리 서둘러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빨리 내려온 것에 조금 놀랐습니다
아무튼 다음에 다시 야간산행을 하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호신용 무기 하나 정도는 챙겨야겠네요
고라니와 싸워서 이겨야 하니까요
이곳은 당수동입니다
안산과 맞닿아 있군요
으잉?
분명 등산 끝났는데 뭐지 이 다시 시작하는 느낌은?
오랜만에 야간산행을 하였고 즉흥적이었고 무모했던 경험이었지만
일상의 평범함을 다이나믹한 경험을 통해 다시 생활의 동력을 찾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더불어 예쁜 사진도 얻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네요
이번을 통해 일몰&야간산행을 지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데...
다만, 야간산행의 두려움은 쉽게 떨칠 수가 없네요ㅠ
저도 모르겠습니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몇 번 더할지는...
아무튼 칠보산은 당분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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